워너비 노마드 가족의 한달살기
평소 해외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던 저는, 남편의 안식년을 기회 삼아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중, 영화와 음악의 도시이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로스앤젤레스가 떠올랐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팝을 즐겨 듣는 우리 부부, 그리고 뮤지컬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9살 딸아이에게도 LA는 더없이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LAX 공항에 도착한 뒤,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습니다. 침실 하나와 거실, 작은 주방이 딸린 주택의 별채는 해변까지 자동차로 10분 거리로, 캘리포니아의 여유로운 삶을 느끼기에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별채의 위치는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하여 마을을 내려다보는 구조였고, 가슴이 훤하게 뚫릴 만큼 시야가 탁 트였습니다. 특히 첫날 밤, 발코니에서 바라 본 저무는 석양은 우리 가족 모두를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렌터카를 타고 낯선 도로 표지와 운전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며칠 지나니 이내 도로나 교통 사정이 어느정도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딸아이에게는 이번 한 달 살기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 속에서 배우는 배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외국 거리, 표지판, 간판들을 신기해 하는 것 같았어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입체적인 세트장과 특수효과를 체험하면서 영상 콘텐츠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좀 흥분되는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딸과 손을 잡고 산책하며 파도에 발을 적시던 날, ‘우리가 여기서 살 수 없을까?’ 라고 살짝 질문을 하는 아이 모습에, 이 여행이 단순한 재미와 경험을 넘어서 아이 삶의 한 기억이 되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음식도 다양하게 먹어보려고 했는데, 남편 입이 워낙 한국적이라 저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지는 못했어요. 아빠를 닮은 딸도 멕시칸 타운의 타코보다도 코리아타운에서 먹은 갈비탕을 더 좋아했습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입맛이 제각각인 저희 가족도 인앤아웃은 모두가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부터 LA의 인앤아웃 햄버거를 원 없이 먹으리라 다짐했는데, 이 소원은 이룬 것 같습니다.
샌디에이고까지 내려갔으면서도 Sea World를 들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름 모를 한인식당에서 거금의 소갈비를 뜯으며 배고픈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한 달 동안의 총 지출은 약 950만 원으로, 숙소와 식비, 차량 렌트, 입장료, 체험활동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었지만, 세 식구 모두의 삶에 남을 소중한 기억과 배움을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가족 모두가 새로운 시각과 감성을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새로운 경험을 통한 용기와 시야를 조금 더 키웠고, 저희 부부는 삶의 균형과 리듬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습니다. LA 한달살기는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소중한 챕터로 기억될거 같습니다.